우리는 종종 관청 구내 혹은 지역축제 및 전시회 등에서 ‘장애인 생산품’이라는 제품을 보게 된다. 파는 사람도 그런 현수막을 내걸고 사회적 배려심으로 구매해 주기를 바라며, 사는 사람 역시 같은 마음으로 사곤 한다. 이런 생산품은 각종 법인들이 제조시설과 함께 장애인을 법적 기준에 맞게 고용하고, 세 가지 부류에 기인하는 허가를 받아 제조하는데, 보건복지부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 허가와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표준사업장’ 허가,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장애인기업’ 허가가 그것이며, 각각 관련법이 제정되어 국가적 보호를 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속 장애인 생산품 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그 장애 정도에 따라 경중(輕重)이 나뉘는데, 가장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이들은 대부분 선천적 장애를 지닌 중증장애인들이다. 이들이 일하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은 일반적으로 사회복지 법인들이 중증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한 상태에서, 보건복지부의 인증을 받아 설립 후 운영된다. 국가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조치가 있어서, 이들 세 부류의 장애인 생산 제품은 공공기관의 경우 의무적으로 총 구매 발주액의 0.8~1% 이상을 이곳에서 조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우선구매 제도’라 한다. 이밖에도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구매 제도가 두 개 더 있는데, 공공기관이 물품이나 용역의 조달금액 총액에서 5% 이상을 의무구매 해야 하는 여성기업인 제품과 50%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중소기업 제품 우선구매 제도가 그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제도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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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생산품의 제조, 유통 현안 여러 우선구매 제도 중에서 최우선 우선구매 의무(Top-priority)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2008년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통해 모든 우선구매 제도에서 가장 상위로 설정해 놓고, 총 구매액의 1%를 의무 부과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의 구매 행정 편의를 위해 발주 금액과 관계없이 수의계약 할 수 있는 특별한 법적 조치까지 만들어 제도화했는데, 이도 벌써 15년이 흘렀다. 국가기관, 지자체, 교육청 및 그 산하의 각종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이 의무구매 대상으로, 현재 천여 개가 넘는 이 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은 여러 가지 법정 의무구매 비율을 채우기 위해, 연간 발주 계획을 세울 때 어느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까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실무를 하다 보면 모든 우선구매 의무를 달성하기가 힘들어 여기저기 미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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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액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약 7,000억 원 어치가 구매되고 있다. 가까스로 1%만 채우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공공기관의 절반 정도는 고질적으로 그에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오는데, 법적으로는 의무지만 별다른 제재 조치는 없다. 다만 행정기관이나 공기업 또는 지방 공기업 평가 등에서 사회적 약자 배려 항목을 두고 아주 적은 배점을 주는데, 공공기관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공기관이 0.1점이라도 더 받기를 원해 우선구매를 모두 달성하려 하지만, 앞서 본 여러 다양한 의무구매에 묻히거나 혹은 그보다 더 높은 배점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여타 행정부처도 사회복지의 개념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철학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나라 행정기관의 감사를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감사원조차 이러한 법정 사항의 미달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오히려 중증장애인 우선구매 특별법이 정한 수의계약 제도를 문제삼아 집중 체크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의 구매 조달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조달청도 수의계약 조달제도를 운영은 하지만, 대부분의 구매 방식인 ‘다수 공급자 계약(MAS)’ 체제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수많은 항목 중 하나로, 존재감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최우선적 사회적 약자로서의 지위를 주장하는, 전국의 800여 개에 달하는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업계는 상당한 불만과 정부 행정에 대한 섭섭함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장애인 복지 및 노인 복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예산 규모는 실로 엄청나게 높은 데 반해, 이들을 배려하는 행정 실무와 사회적 인식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장애인생산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의 기업주가 영리성은 가지고 있지만 경영 기법이나 마인드는 희박하고, 전술한 공공기관의 의무구매만을 바라보는 의존형 마케팅에 치중하다 보니, 실제 민간 시장에는 발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그러한 생산 시설들은 대부분 소규모 기업이거나 중저가 제품이며, 일반인들은 이러한 제품을 마트에서 전혀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브랜드조차 모르니, 소비재 마케팅 시장에서 통할 리가 없다.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소비 활성화를 위하여 아래 표에서 보듯, 현재 중증장애인 생산품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자유경쟁시장인 민간기업에의 판매가 12% 남짓일 정도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중중장애인 생산시설의 주요 거래처 매출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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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에 대한 우리의 태세가 애초부터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 차원에서 시작되었다면, 철저히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과 약자 보호를 위해 끊임없는 복지행정의 증진과 혁신적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근로자가 받는 월급은 국가 전체적으로 평균 1백만 원에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일반인의 최저임금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데, 모든 근로자가 차별없이 최저 임금 지급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엄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 대한 배려로는 맞지 않아 보인다. 현재 공공기관 총 구매액의 1%로 설정되어 있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비율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다. 생산시설 근로장애인의 경우는 일거리도 많지 않다 보니, 통계에 따르면 월 160시간 근무가 아니라 월평균 107시간 정도만 일하는 실정이다.(2021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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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행위가 일어나는 시장은 전국 800여 개 공급자와 1,000여 개 구매자의 한정된 참가자들만 매매 행위를 하는, 연 7,000억 원 규모의 폐쇄적 시장이다. 그런데 이 시장 내에서도 구매자 절반은 의무구매를 달성하지 않는가 하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장애인에게 최저 임금의 절반만 주는 여건에서도 그동안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지난 15년간 우리 최저임금 수준은 2.4배나 올랐고, 그 재원으로 장애인들에게 근로복지를 실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무구매 비율조차 여전히 1%를 유지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의 제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야 사회 일각에서 이러한 의무구매 비율의 상향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업무 관련 조례는 의무구매 비율을 2%로, 경기도의 동 조례는 3%로 노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할 사회복지의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또 금년 상반기에는 서울시의 조례 입법을 담당하는 서울시의회가 의무구매 비율 2% 달성 촉구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국가가 정한 특별법으로 모든 사회적 약자의 우선구매 제도에서 최우선 지위가 준수되도록 하여, 다른 중소기업 제품, 여성 기업인 제품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가장 앞서가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업계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며, 조만간 2% 의무구매 비율로 조정이 된다면 이를 준수할 새로운 실무 운영 제도를 시급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장애인생산품 제조업체 또한 객관적인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서비스 등이 일반 중소기업 제품과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품질 향상 및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마케팅을 위한 홍보 및 광고의 자생 노력도 필요하다. 복지업계는 장애인 기업이 이러한 역량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각종 자문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생산품의 판매 및 브랜드 파워 향상을 위해 지자체별로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대응해 나가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 현재 지자체 산하의 시립 및 도립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은 총 17개가 설립·운영 중인데, 이 기관들은 현재 판매만 대행하고 있으나 마케팅 전문가를 확보해 진정한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비록 장애인생산품이 내수시장에서는 열위에 있으나, 우리의 국가 브랜드와 고도의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후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이루어진다면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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