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문제의 가장 큰 책임 주체, 기업
생활과 행동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걸리는 측면이 있다. 기업이다. 쓰레기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부문은 기업이다. 생산, 마케팅, 판매 등 기업의 생존을 위해 소비자를 설득하고 포섭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물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후 물품의 포장 용기나 잔여물들을 버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처리 곤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품을 사용한 소비자인 시민에게 쓰레기 분리배출의 책임을 전가한다. 간단한 방법은 기업이 생산 단계에서 쓰레기를 적게 만들고, 분리배출 방법을 간편하게 만들면 된다. 생산 시 분리배출을 고려한 상품을 기획하면 자원순환 계획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정책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기업도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Break Free From Plastic, 이하 BFFP)’이란 단체가 있다. 전 세계 2,300여 환경 단체와 11,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국제 단체다. BFFP에서 매년 기업의 플라스틱 배출량 조사를 하는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상위 3위 안에 코카콜라, 펩시, 네슬레가 있었다. 2021년에는 네슬레가 4위로 내려가고 유니레버가 3위를 차지했다.
기업은 매출 추이와 순익의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민첩하게 대처하지만, 쓰레기 배출 세계 순위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생각은 없고 일정 부분의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 놓고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다. 쓰레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의 혁신이 기업에서 필요하다.
아쉽게도 기업의 행동 촉구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다.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의 눈, 기업을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은 소비자 즉 시민에게 있다. 시민의 강력한 요구가 없으면 기업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시민의 새로운 참여가 절실하다.
쓰레기 제로 해결책 – 4R + 1P
쓰레기 제로(0)에 대한 해결책으로 4R을 제시한다. 4R은 감량(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에너지 회수(recovery)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여기에 1P가 더해져야 한다. 1P는 시민참여(citizen participation)를 의미한다. 4R은 시민의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을 의미한다. 우선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생산과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한다.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문화시대에 소비를 줄이는 일은 어렵다. 기업과 대중매체는 소비를 부추기고, 입소문을 타면서 형성된 유행은 대중을 유혹한다. 유행에 민감한 대중은 소비하며 밑 빠진 독을 채운다.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은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반복된다. 소비 문화의 악순환을 끊는 전지구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감량이 국가와 사회의 변혁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재사용과 재활용은 개인과 지방정부의 영역에 가깝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답은 개인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재사용과 재활용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재사용은 이미 사용한 물건을 본래의 의도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재활용은 본래의 의도와 목적에 용도를 더하거나, 손질을 가해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재사용은 물건을 더 많이 사용할 방법과 더 사용할 사람을 찾는 일이고, 재활용은 본래 용도를 넘어선 다양하고 획기적인 물건의 용도를 찾고, 손질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에너지 회수다. 에너지 회수란 분리배출, 유용자원 매립의 최소화, 폐자원의 에너지화를 의미 한다. 에너지 회수는 자원순환계획에서 규정한 4단계(생산-소비-관리-재생) 중 관리 단계와 재생 단 계에 해당한다. 우리가 소비한 제품을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매립과 소각을 최소화하고 재활용률과 에너지화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